최근 10년 동안 무려 3백 명 넘는 근로자가 사다리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대안이 마땅치 않아 산업현장은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김진이간다, 시작합니다.
[리포트]
[김진]
산업 현장에서 다방면으로 사용하는 이 이동식 사다리도 이제는 쓸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과연, 현실성 있는 법안일까요?
사다리 사용 전면 금지에 대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건설 현장은 물론, 간판 설치, 전기 배선 등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사다리는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정부는 공공기관이나 산업현장 등 모든 장소에서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습니다.
사다리 작업을 하다 발생하는 추락사고 때문인데요. 물론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이동 행위는 가능하지만 사다리 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못하게 한 겁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3만 8천 여 명의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이 중 317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산업 현장에서는 과연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옥외 광고판 설치 현장을 찾았습니다.
[피디]
이게 몇 미터짜리예요?
[간판 시공자]
높이가 5m. 바닥에서 위까지.
5미터 높이의 사다리를 안전장비 하나 없이 홀로 올라갑니다. 지켜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데요.
사다리를 펼쳐놓은 곳은 보행자가 많은 거리 한복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듯 불안합니다.
[피디]
현장에서 사다리는 어느 정도로 쓰여요?
[간판 시공자]
보통 예를 들면 간판은 10개 달면 9개는 사다리로 달고, 2층 이상은 크레인으로 달아요. 위험하니까. 위험한데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크레인을 부를 수가 없잖아. 돈이 비싸니까.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또 다른 현장을 가봤습니다.
이곳에서도 사다리는 다양한 작업에 쓰이고 있습니다.
[피디]
혼자 사다리 위에 올라가면 위험하지 않아요?
[공사현장 인부]
괜찮아요. 사다리는. (사다리 쓰는 게) 간편하고 빠르잖아요.
근로자들은 여전히 이동이 편하고 가벼운 사다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다리 대신 안전발판이 설치된 비계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계는 높이 조절이 어렵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건물 외벽 스티커 부착 작업자]
높이가 있는 걸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야? 좁은 공간에서는 사다리를 펼쳐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비계는 우선 (놓을만한 넓은) 장소가 있어야 하고 실용성이 없는 거죠.
비용 문제도 부담입니다.
[공사현장 관리자]
A형 사다리 같은 경우에는 20만 원대인데, 비계 같은 경우는 보통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 70만 원에서 80만 원대 육박하고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비계보다 간편한 작업대를 개발하는 등 정부가 아닌 민간 분야에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된 규격이나 가격 문제 때문에 산업현장은 여전히 혼란입니다.
정부가 준비 없이 서둘러 법안부터 바꿨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3월 개선안을 마련했는데요,
2인 1조 작업, 안전모 착용 등을 전제로, 장소가 좁거나 간단한 작업을 할 때는사다리를 허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외 작업은 여전히 사다리 사용이 엄연히 금지됩니다.
그러나 정부는 관리감독이나 단속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관계자]
각 지방의 감독관들한테 ‘사다리 감독이 어떻게 이뤄져요?’라고 (물어도) 뭐 아무도 답해주기 어려울 것 같고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
그분(산업안전과)이 답변을 해주셔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거기서 법령을 만들고 거기서 다 하시는데 제가 그거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거든요.
물론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고칠 것은 고쳐야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법 개정 때문에 근로자 안전이 개선되기 보다는 현장의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진이 간다의 김진입니다.